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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역에서」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01954
한자 中洞驛-
영어의미역 At Jungdong station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경기도 부천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구자룡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작가 박수호

[정의]

박수호가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중동역에서의 경험을 소재로 하여 지은 시.

[내용]

참으로 쓸쓸했다

불현듯 어디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가을 저녁 어둠 속으로

푸른 연기 같은 안개가 피어 오르고

마지막 가을이 떨고 있는 골목

급히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에

마음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새떼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길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어져 있고

그 끝에 출렁이고 있을

새벽바다를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얼마나 떠나 왔는지 모른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밤새 떠나 왔는데

왜 나는 아직 사람들의 의식 밖으로 떠나지 못했고

외로움은 강물처럼 깊어만 가는지를

결국 떠남도 머무름도 없었고

떠나지도 않는 것도 머무르지 않는 것도 없었던

한 줌의 거품같은 어둠 속으로

하나의 환상에서 다른 환상으로

나의 길은 이어져 있었고

모든 것들을 태우고 난 뒤

허전한 하늘 끝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면서 내려서야 할

계단이 서 있었다

그런데 알몸을 흔들면서 웃음을 날리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출렁임은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어느 곳으로 떠난 것일까

[의의와 평가]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불 꺼진 집을 향한 퇴근길의 발걸음처럼 가끔은 사는 게 쓸쓸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어디로 떠나야 한다는, 혹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덜컹거리는 전철의자에 앉아 나도 함께 덜컹거리자면 출렁이고 있는 새벽 바다에 다 온 것처럼 생각되어 질 때도 있다. 하지만 밤새 떠나왔는데도 왜 외로움은 강물처럼 깊어만 가는지 모를 일이다.

「중동역에서」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디가 출발점이고 어디가 어둠속이고 어디가 환상의 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작정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불행하게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시작이란 걸 안다면 조금 더 힘차게 용기를 내보았을 텐데, 어둠속이라면 조금 더 인내를 해보았을 텐데, 환상이었다면 조금 더 속도를 내보았을 텐데 뒤늦게 후회할 뿐이다.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세상사가 다 그렇다고 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 와서 어느 곳으로 떠나는 것일까 라는 존재에 대한 심각한 물음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씩 버리면서 내려서야 하는 계단에 발걸음을 옮겨야한다. 결국엔 떠남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떠나지 않는 것도 없고 머무르지 않는 것도 없었던 것처럼 알 듯 모를 듯 웃을 듯 말 듯 한 해답, 그것이 바로 삶이므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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