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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내력의 명문가, 여흥민씨(驪興閔氏) 일가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B010101
지역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작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조택희

작동 토박이가 지켜낸 은둔의 땅 ‘웰컴 투 작동

작동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오지의 향취가 짙게 묻어난다. 곳곳에 도로공사 및 제방공사를 하고 있어 다소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금세 깊은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원초적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있는 펜션과 식당가들을 지날 무렵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이처럼 작동을 찾아가는 길은 꼭 과거를 찾아나서는 여로인 듯하다. 물론 현대의 물질문명이 그곳에도 차곡차곡 쌓여 있지만, 작동은 옛 선조들의 체취가 아직까지 남아있어 삶이 왠지 허허로울 때 요란하지 않게 찾아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작동에 살고 있는 주민은 수십 명에 불과하여 마을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의 출현을 경계하듯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작동마을 고샅 안으로 조금 들어가자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오래된 가옥[민씨종가]이 하나 나타났다. 언뜻 보면 소박하고 낡은 집이지만 세련된 맛과 멋을 살린 단출한 기와문양과 아름드리 정원수가 예사롭지 않다.

그 곳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해바라기를 하고 계시는데 유유자적한 모습이 집과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를 건네면서 이것저것 마을에 대해서 묻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주신다. 알고 보니 이 분이 작동마을의 터주 여흥민씨 종가의 16대 종손, 민경홍 할아버님이었다. 이렇듯 한가로운 풍경 안에서 부천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옛날사람들 여기 살면서 부천에 나가 본 사람 몇 안됐을 거라고. 지금이야 길을 다 깎아 뭉개가지고 개발을 해놔서 그렇지 거기는 북한군도 몰랐던 곳이야. 옛날 이곳은 작동이 아니라 작리였는데 작리에 산다고 하면 아는 사람이 없었어. 전에 조그마한 도로가 하나 있어서 세 시간마다 한 번씩 버스도 다녔는데. 물론 이런 버스도 6·25 전쟁 때는 없었지만.”(민경홍, 여천위 민자방의 16세손, 1931년생)

이처럼 작동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연상시키는 동네였다.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동막골 주민들에게 연합군, 인민군, 국군 사이의 긴장감은 이해될 수도 없고 관심대상도 아니었다. 험악한 인상의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거친 욕설을 쏟아내도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동막골 사람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있던 작동 주민들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었던 작은 마을은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겪고 나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비록 부천시가 1973년 시로 승격된 이래 도시화의 물결을 거쳤지만 여전히 옛 부천군 시절의 농촌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마을이자 유서 깊은 역사마을이다.

[정보제공]

  • •  민경홍(여천위 민자방의 16세손, 1931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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