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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C020104
지역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상원

새로운 진보를 꿈꾸는 춘의동 주민들

춘의동은 부천에서 네 번째로 큰 면적을 차지하는 행정구역이다. 과거에는 서쪽으로 넓은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어 주로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근대화를 겪으면서 갑자기 공장들이 들어섰고 이 때문에 춘의동은 상공업 지역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로 부천 중동상동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가단지가 생겨 부천의 중심이 신도시 쪽으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으나 춘의동에는 여전히 공장들과 상가들이 많이 산재하고 있다. 또한 부천역에서 뻗어 나오는 중앙로춘의사거리로 통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이곳은 주민들과 상인들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번화한 부천의 중심지이다.

부천은 다른 수도권 도시에 비해 저렴한 지가(地價)를 자랑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아직도 종종 약장수가 돈 벌어 나가는 고장이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신다. 한편으론 도시개발이 되면서 땅 가진 사람들이 부자가 되어서 나갔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들린다.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이 하나 둘은 아닌 듯, 과수원에서 일용직 인부로 일했던 사람들도 이층집을 사서 떵떵거린다니 많은 보상이 이루어졌던 듯하다. 어느 도시든지 땅에 얽힌 에피소드는 한두 가지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돈벼락을 맞은 사람은 성실하게 땅을 일구었던 사람보다는 돈 많은 서울 양반들이 더 많았다.

“돈 있는 사람들은, 원 토박이들은 돈 많이 못 벌었어요. 도시계획이 알려지니 서울 사람들이 와 가지고 땅을 사놨거든요. 한번에 150원씩, 200원씩 투자했죠. 그 때 땅값이 한 50원, 30원 이래 갔었어요. 수리조합한 땅은 100원씩도 주구요. 그런데 서울 사람들이 세 배나 넘는 돈을 주고 사니까 사람들이 죄다 팔았다구요. 그러니까 그 돈 가지고 장사한다고 서울, 딴 데로 가서 공장을 하네, 장사를 하네 그랬는데 농사짓던 사람이 딴 것을 하면 금세 망하지. 사기도 당하고 뭐, 그래도 땅 팔아가지고 장사한다고 서울 간 사람들은 노점장사이라도 해가지고 애들 길렀지요. 인제 괜찮아.”(이정웅, 겉저리 주민, 1939년생)

춘의동 도시 개발 사업은 토지보상이 시작되면서 많은 난항을 겪었다. 토지보상가가 낮다며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보상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집터가 도로로 들어가면 터 옆으로 반절 받거든요. 내 땅이 그대로 길에 들어갔는데도 말예요. 안 그래도 손해가 큰데 땅이 들어간 사람은 측량을 해야 찾을 수 있었어요. 도로에 땅이 들어갔던 사람들은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농사도 못 지어먹고...”(이정응, 겉저리 주민, 1939년생)

부천 지역에 공장지대가 터를 넓히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도 일어났다. 겉저리 지역에는 정식으로 허가받지 못한 공장이 많이 들어섰는데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독극물이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이정웅 씨의 증언에 따르면 염색공장, 메끼(금속)공장에서 나오는 독극물이 개울에 날치던 고기들을 죄다 쓸어갔다고.

“독극물을 시설해가지고 처리하려면 공장 운영하기가 힘들고, 그래가지고 자꾸만 밀려나간 게 지금 남동공단이라구. 예전에는 인부들이 넘쳐서 여기 집에 방이 없어서 못줬었는데 지금은 그냥 방 부엌 없는 것들은 나가지가 않아. 얼마 전까지 외국노동자들 줬었는데 밀입국자들 걸려 들어가는 게 다반사니까 그것도 인제 별로 없어요. 예전에 지저분한 공장에는 사람이 죄다 일하는 공장이거든. 근데 그게 다 자동화가 되어 가지고 사람이 별로 필요가 없는 거지. 기계는 조정하면 되지만 한국 사람들은 데모하고, 트집 잡아 일 안 나오고, 또 자기만 안하나 딴 놈까지 못하게. 허허허!”(이정응, 겉저리 주민, 1939년생)

하지만 춘의동에는 여전히 공장들이 많이 있으며 새로운 형식의 아파트형 공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고용 불안정, 힘든 업무 기피, 노동자 수의 부족으로 인부들의 숙식을 책임졌던 주민들이 생계의 곤란함을 겪고 있다. 급격한 공장 수의 증가도 삶의 질을 저해하는 폐해로 작용했지만 공장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감소는 주민의 고통과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 부천 지역에는 춘의테크노파크 등을 비롯하여 테크노파크 지역이 새롭게 형성되는 등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주춤하고 있는 춘의동 경기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진보를 꿈꾸는 주민들의 염원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보제공]

  • •  이정응(겉저리 주민, 1939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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