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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자율방범대의 활약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D030101
지역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웅규

“옛날에 우리 방범도 많이 돌았잖아요. 딱딱이 들고요. 옛날에는 그런 게 다 있었어요.”

“마을에서 몇 사람씩 조를 짜서 나무로 딱딱딱 소리를 내면서 다녔어요. 그게 한 마디로 도둑을 방지하는 방법이었죠.”(박순규, 부천새마을금고 이사장, 1952년생)

송내동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어려울 때 하나 되는 주민들의 단합이었다. 특히 마을에 좀도둑이 자주 들자 젊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야간순찰대를 구성, 매일 마을 구석구석을 지켰다.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만 나오면 모두 한곳으로 모아 잡아내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복숭아 수확철이 되면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자마을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면 방범에는 비상이 걸리게 된다.

옛날 먹을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생계형 도둑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 인력은 한정이 있었고 마을 전체를 수시로 감시하고 담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방범대를 구성하여 마을을 지키며 살아갔다. 요즘은 날로 흉포화 되고 있는 각종 범죄 때문에 민생치안이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경찰인력, 장비 등이 부족했기 때문에 마을에서 꾸린 자율방범대원들의 역할은 지대하였다.

“옛날에는 우리 방범도 많이 돌았잖아요. 딱딱이 들고요. 옛날에는 동네마다 그런 모임이 있었어요. 동네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했죠. 식사대접도 돌아가면서 하고. 참 옛날 얘기에요. 우리 어렸을 때는 어른들 쫓아다니고 그랬는데. 하하하. 50년대에서 60년대 초반까지 그렇게 했죠.”(박순규, 부천새마을금고 이사장, 1952년생)

요즘도 자율방범대들이 동네 곳곳에 있기도 하지만 시대적 환경이나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고 실제 운영되는 곳도 거의 드물다. 그러나 당시에는 누가 시키거나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힘을 모아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자발적으로 방범도 하였던 것이다.

“제삿밥 얻어먹고 하는 것은 몰라도 겨울에 야경(방범)을 돌았어. 먹고 살기 힘드니까 도둑놈들이 많아서 야경을 돌았거든. 야경을 돌면 동네에 제사가 있잖아, 그러면 제사가 끝나고 야경꾼을 불러다가 밤참을 줘. 또 그때는 굶는 사람들이 많았어. 그 사람들은 제사 집에 가서 일을 해주고 밥을 얻어먹고 그렇게 지냈지.”

당시의 방범은 마을을 스스로 지킨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제사가 있는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비록 마을을 지키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었지만 가끔씩은 이러한 음식 먹는 재미도 방범을 도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안이 되곤 했다.

이 시절 마을 방범은 이처럼 자율방범대에 의존하거나 각 가구가 스스로 단속하는 데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 토박이인 박병계 할아버지는 어릴 적에 집에서 일어났던 도둑과 관련된 일화를 꺼내 놓으셨다.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요. 우리 선친이 약주를 좋아하셔서 12시 넘어서 들어오시잖아요. 집에 유리창이 깨져가지고 담요를 쳐놨는데 도둑놈이 머리를 이렇게 디밀고는 보고 있는 거예요. 그것을 보고 우리 어머니가 옆에 자고 있는 나를 치시면서 “여보, 여보 누가 왔나봐 일어나봐” 이렇게 하신 거예요. 그래서 내가 깼어요. 그런데 옛날에 멀리까지 그 얘기가 들렸나 봐요. 어떻게 어머니가 부르고 그런 소리는 내가 못 들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들어오셨어요. 할머니가 오셔가지고 “이놈의 새끼 누구냐고, 이리 나오라고” 하시면서 막 소리 치시는 것을 기억을 해요. 난 무서워서 못 나갔는데 그때는 조그만 했으니까요. 할머니 댁은 이 아래였고 저희 집은 저 위에였어요. 거리상으로 500미터는 족히 되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지금도 내가 그게 궁금해요. 그런데 소리를 치면 들리긴 들렸죠. 우리 집에서 보면 동네가 다 보였으니까.”(박병계, 지역 토박이, 1949년생)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자기 들이닥친 도둑 소란에 얼마나 놀랐을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을 사람들이 경찰 역할을 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라는 신념으로 자발적으로 방범대원이 되었을 마을주민들의 협력은 대단했다.

[정보제공]

  • •  박병계(지역 토박이, 1949년생)
  • •  박순규(부천새마을금고 이사장, 1952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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