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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를 이룬 송내 재래도축장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D030104
지역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웅규

“경인농장 옆에 도축장이 있었어요. 소 한 두 마리 정도 잡을 만한 공간 정도였죠.”

지금은 도심 어느 곳이나 먹거리가 풍부하고 동네마다 고기 집 간판이 즐비하지만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기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거친 어른들은 가끔 동네의 관혼상제나 커다란 경사가 있을 때 애써 키워왔던 돼지나 소를 직접 잡아서 이웃에 돌리며 함께 나누어 먹었던 기억들을 이야기하신다. 하지만 이후 가축 도축 자체가 불법이 되면서 마을에서 잡지 않고 정해진 장소에서만 도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상품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축산물 등급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송내동에 다른 데 없었던 것이 있었어. 경인농장 옆에 도축장이 있었어요. 우리 어렸을 때니까 한 50년대쯤일거예요. 소를 잡으면은 소의 속에 있던 똥이 따뜻하단 말이예요. 옛날에 못 살고 할때니까 동상걸리고 하면은 방금 나온 소똥에다 손을 묻으면은 동상의 얼음이 빠진다고 해가지고 손을 묻곤 했죠. 송내동 도축장은 소 한두 마리 정도 잡을 만한 공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정도면 부천에서 큰 규모였죠. 지금 보면 우습지만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고.”(신동명, 지역 토박이, 1954년생)

송내동 토박이 신동명 씨의 증언처럼, 송내동에는 과거 도축장이 존재했다. 마을 외지로 나가는 많은 가축들이 이곳에서 가공 처리되는 단계를 거쳤다. 도축장 밖에서는 선도 높은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루었다. 도축장 입구에 위치한 주점에는 대낮부터 김이 모락모락 솟는 쇠간을 안주로 하여 소주잔을 비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는 모든 시설이 기계화되어 대규모로 도살을 하는 도축장이 대부분이지만 당시만 해도 그저 소나 돼지 몇 마리 정도 도살을 해도 크게 운영하는 축에 속했다. 당시에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으므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양의 작업을 하지 못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소와 돼지를 잡는 살주(殺主)는 자신의 손에 명을 재촉한 미물에게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췄다고도 하는데 그 때문인지 옛날 사람들은 예전의 도축장 앞을 지날 때마다 한숨과 주름이 깊었던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후 급격한 도시 개발로 일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송내동 도축장의 역사는 막을 내렸지만 도축장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던 축산물시장은 이후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육류 부산물을 세척·가공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특유의 비린내와 지저분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재래도축장. 그러나 아직도 강렬했던 붉은색 조명만큼이나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오는 길손 가는 길손의 발목을 붙잡는다.

[정보제공]

  • •  신동명(지역 토박이, 1954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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