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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6D030202
지역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웅규

“동네잔치나 행사는 척사대회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우물에서 제를 지내는 것은 소규모고, 척사대회는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했으니까요.”

옛날 여느 시골마을이 그랬듯 송내동에는 명절이나 중요한 행사 때가 되면 마을사람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크고 작은 잔치가 많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축하하는 의미에서 모두다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즐거운 놀이 한마당을 벌였다. 그중의 하나가 척사대회이다. 척사대회는 말 그대로 윷놀이를 의미하며 이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윷을 던졌다.

윷놀이는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 동네 사람들의 화합을 다지며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윷놀이의 상품은 주로 삽과 낫이었는데 어머니들은 마을 공판장에서 팔던 무궁화 빨래비누하고 바가지를 선호했다. 지금에야 별 볼일 없는 것들이지만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새 삽과 낫을 타기 위한 경쟁은 은근히 치열했다.

윷가락의 도는 돼지, 개는 글자 그대로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상징하는 동물인데 마을사람들은 윷판처럼 짐승들의 체구와 속도감을 잘 조절해야만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송내동 토박이신 박성규 할아버지는 당시 송내동 척사대회 풍경을 생생하게 회상하셨다.

송내동에서는 마을 척사대회를 할 때 표를 팔았어요. 그러니까 내가 참가를 하려면 주최측에서 발행을 하는 표를 사야 해요. 어느 정도 경기를 해서 나중에는 토너먼트 식으로 되는 거예요. 뭐 다른 동네사람들이 와서 표를 사가지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로 동네사람들이 했죠. 표를 파는 이유는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서예요. 구매한 표에 주최 측의 도장을 받으면 얼마씩을 내는데 한 마디로 희사금을 내는 거죠. 표 하나씩을 가지고 시합을 해서 패한 사람의 표는 찢어버리고 이긴 사람의 표에는 도장을 하나 더 찍어 주고 2회전에 올라가게 했어요. 그럼 2회전에서 도님장 2개끼리 붙게 해서 나중에는 결승을 하는 거죠. 일등이 쌀 한 가마니였나 그랬을 거예요. 한 마디로 동네잔치죠.”(박병선, 지역 토박이, 1944년생)

이처럼 대회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비가 필요했으며 이렇게 얻은 수익금으로 마을 경비에 충당하였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도 승부에 이기면 상품도 타고 축제 자체를 즐긴다는 생각에 큰 부담 없이 표를 사서 대회에 참가하였던 것이다. 비록 대회를 위한 약간의 경비가 소요되었지만, 큰 부담이 없는 선에서 척사대회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송내동 마을 주민들이 주측이 되었지만 일단 축제 한마당이 벌어지면 옆 동네에서도 표를 사가지고 대회에 참가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거대 축제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찰떡 치는 소리를 신호로 윷놀이가 시작되었다는데 시합은 마지막까지 토너먼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선을 탈락하면 남의 윷판이나 기웃거리며 하루 종일 빈둥거려야 했다고 한다.

척사대회가 벌어지는 한편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아침부터 고기를 삶고, 빈대떡 부쳐내고, 반찬 썰고, 지지고 볶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데 동네 노인들은 언제쯤 음식 대접을 받을 것인가를 고대하며 목을 길게 빼는 풍경도 친숙하고 정다운 장면이었다. 송내동 척사대회는 지금도 주민들의 호응 아래에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는 편인데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핵심적인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송내동에는 척사대회와 더불어 석천농기고두마리(일명 상좌 다툼놀이) 또한 흥겨운 민속놀이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는 현재의 부천시 송내동상동중동 일대에서 백중날에 이웃 마을간 농기(農旗) 다툼을 통해 승자를 차지하려는 흥겨운 민속놀이이다. 농기고두머리는 상좌다툼놀이라는 또 다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백중절기에 맞춰 세벌 논매기 후 마을대항으로 치러진 ‘깃발 뺏기’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을 간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농사를 마친 농민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이웃 간의 정을 느끼는 일종의 마을잔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 행위가 경쟁보다는 서로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일종의 축제형태이기는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막상 시작되면 최선을 다한다. 승자가 판가름 나면 이긴 쪽에서는 떠들썩한 축제의 함성이 하늘로 치솟고, 패자 측 농군들은 짚신을 벗어 땅을 치며 원통해한다. 그리고 패자 측에서 술상을 차려서 오면 승자 측 상쇠가 술을 한잔 받은 후 패자 측에서 술상을 물리면 패자 측에 ‘고두마리’를 준다.

패자마을 상쇠는 고두마리를 자기마을 농기에 꽂고, 상좌마을 농기에 예를 갖추어서 절을 하는데 방법은 농기를 좌우로 한 번씩 흔든 후 다시 세워서 숙이는 것이다. 이때 상좌 측 농기도 기를 약간 숙여서 답례를 한다. 이어 양쪽 마을 농군들과 풍물패가 어우러져 풍물을 치며 한바탕 신명나게 춤을 추며 놀고 난 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큰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면서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농악을 치며 자기 마을로 간다.

척사대회나 농기고두마리 놀이는 마을 공동체에서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또 그 노고를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면면히 계승되어 왔으며 또 계승되어야 할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제공]

  • •  박병선(지역 토박이, 1944년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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